야구 유망주들엔 꿈을 펼치려고 내딛는 첫발이자 구단엔 미래를 좌우할 재목을 뽑는 자리. ‘2011 프로야구 신인 지명회의’가 8월 16일 오후 서울 강남구 삼성동 인터콘티넨탈 호텔에서 열렸다.
“1라운드 지명자는 지난해보다 낫다”는 평가 속에 8개 구단은 치밀한 전략과 지략으로 더욱 나은 선수를 지명하려고 애썼다. 최현진(충암고), 유창식(광주일고), 한승혁(덕수고), 임찬규(휘문고) 등 고교야구 유망주들과 윤지웅(동의대), 김명성(중앙대) 등 대학야구 선수들도 8개 구단의 부름을 받으려고 지명 현장에 나타났다.
결국, 10라운드까지 진행된 ‘2011 신인 지명회의’에서는 총 78명이 프로구단의 지명을 받았다. 지원자 708명 가운데 11% 만이 프로의 ‘좁은 문’을 통과한 것이다.
<스포츠춘추>에서 8개 구단의 신인 지명 전·후를 비교 분석했다. 덧붙여 8개 구단 스카우트들의 리포트와 객관적 자료를 종합해 이번에 지명된 78명의 간략한 스카우팅 리포트를 소개하고자 한다. 해당 팀의 전시성 시각이 아닌 더욱 객관적인 시각으로 지명 선수들을 살펴보자는 의도다. <2011 신인 드래프트 리포트>는[한화, LG], [넥센, 삼성]에 이어 [롯데, 두산]이다.
(+ 해당 선수의 신체조건과 구속은 지명팀이 아닌 타팀의 스카우트 리포트를 참고했다. 신체조건과 구속을 과장하는 걸 방지하기 위해서다)
즉시 전력 선발투수’가 필요했던 롯데
롯데의 신인 육성은 ‘상동’이전과 이후로 나뉜다. 2007년 11월 김해 상동 2군 훈련장이 개장하기 전까지 롯데는 신인 육성과는 인연이 없었다. 제아무리 좋은 신인이 입단해도 1군에 진출할 확률이 다른 팀에 비해 상대적으로 떨어졌다. 그도 그럴 게 당시 2군 선수들은 별도의 숙소가 없어 야구장 주변 아파트에 삼삼오오 모여 생활했다. 제대로 된 선수관리는 꿈도 꿀 수 없었다. 모 감독이 아파트를 찾았을 때 수북이 쌓은 소주병을 보고 기겁을 한 건 유명한 일화다.
그러나 상동 2군 연습장이 생긴 다음부터는 사정이 달라졌다. 좋은 환경에서 훈련한 2군 선수들이 속속 1군의 주축 멤버가 된 것. 이때부터 롯데 스카우트팀의 저력 역시 빛을 내기 시작했다.
신인지명 전(前)
1라운드 5순위로 지명권을 행사하는 롯데는 “1라운드는 무조건 투수를 지명할 것”이라며 “그것도 선발 투숫감을 선택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정훈, 손민한 등 주축 선발투수들이 수술과 부상으로 빠져 선발진의 공백이 생긴 롯데로서는 어쩌면 당연한 구상이었다.
롯데 조성우 스카우트 팀장은 “투수 못지않게 야수에도 관심이 많다”며 “특히나 내야 유망주들을 집중적으로 살펴보고 있다”고 밝혔다. 조 팀장은 “유격수 박기혁이 입대할 경우를 대비하려면 1, 2년 내 1군에 진입할 수 있는 내야수가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투수, 내야수보다 외야수, 포수는 비중을 다소 낮게 잡은 듯했다. 조 팀장은 “외야와 포수는 당장 고민할 만큼 1, 2군 자원이 부족하지 않다”면서 “다른 팀의 지명결과에 따라 포수 1명쯤은 지명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롯데 제리 로이스터 감독은 “그간 포지션별로 신인 유망주를 고르게 지명해 1, 2군 모두 특정 포지션 쏠림현상이 없다”는 말로 스카우트팀에 무한 신뢰를 나타냈다.
신인지명 후(後)
롯데는 1라운드 5순위로 중앙대 투수 김명성을 지명했다. 그러나 애초 롯데는 경남고 투수 심창민을 마음에 뒀다. 1군에 사이드암 투수가 2명밖에 없는데다 심창민이 연고지 선수였던 까닭이다. 그러나 롯데는 이미 삼성이 심창민을 지명할 거란 걸 눈치챘다. 삼성 역시 1군에 사이드암 투수라고는 권오준이 유일했기 때문이다.
롯데는 왼손 투수 윤지웅에게도 관심이 있었다. 하지만 ·1라운드 3순위로 넥센이 윤지웅을 지명하며 결국 김명성을 호명했다. 그렇다고 롯데가 김명성의 지명을 아쉬워하는 건 아니다. 조 팀장은 “김명성은 내년시즌 1군 활약이 기대되는 즉시 전력감 오른손 투수”라며 “불펜과 선발 어디서든 뛸 수 있는 전천후 투수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조 팀장은 2, 3라운드 지명자인 허일과 이경우도 즉시 전력감으로 손색이 없다고 평했다. 롯데는 10명의 지명자 모두와 계약할 방침이다.
만족도 (조성우 스카우트팀장) ★★★★
속으로 ‘우리 팀에 왔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선수들을 다행히도 많이 지명했다. 전체적으로 만족도는 별 다섯 개를 주고 싶지만, 일단은 별 네 개 정도가 주고 싶다. 내년시즌 결과를 보고 별 하나를 추가할 생각이다.
아쉬움
부산 경남 연고지 선수를 많이 지명하지 못해 아쉽다. 윤지웅, 심창민, 서진용(경남고) 등 연고지 출신 선수들을 다른 팀에서 먼저 지명하는 바람에 손을 쓸 수 없었다. 올해 부산 경남에 ‘수준급 선수’ 자원이 부족한 것도 한 이유였다. 광주일고 출신을 3명이나 뽑은 건 올 시즌 광주일고가 고교 최강팀이자, 선수들의 마인드도 뛰어났기 때문이다. 4라운드에서 우병걸(제주산업정보대)을 놓친 게 못내 아쉽다.
롯데 스카우팅 리포트
1. 김명성, 포지션 : 투수, 우투·우타, 투구 스타일 : 오버핸드 스로우, 약력 : 장충고-중앙대, 신체조건 : 181cm/87kg, 올 시즌 최고구속 시속 146km
올 시즌 KBO 총재기대회에서 중앙대의 우승을 이끌며 야구계의 주목을 받았다. 장충고 시절 내야수로 활약했지만, 대학 진학 후 투수로 변신, 3학년이던 지난해 비로소 결실을 보았다.
시속 140km 초 중반대의 속구를 꾸준히 던지는 투수다. 올 시즌 최고구속은 시속 146km. 공 끝의 구위가 좋아 실제 구속보다 빠르게 느껴진다. 변화구로는 주로 슬라이더를 던진다.
수도권의 모 스카우트는 “대학 춘계리그 때 김명성의 투구는 나무랄 데가 없었다”며 “당장 프로에 가도 통할 선수란 평을 받았다”고 말했다.
힘과 투지가 좋아 완투능력을 갖추고 있다. 많은 스카우트는 “스프링캠프에서 몸만 잘 만들면 내년시즌 중간계투요원으로 바로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롯데 조성우 스카우트 팀장도 김명성을 “불펜뿐만 아니라 선발로도 활용할 수 있는 투수”라고 소개했다.
신인 지명회의가 끝나고 조 팀장은 김명성의 표정을 해명하느라 진땀을 뺐다. 사연은 이렇다. 신인 지명회의에서 롯데가 1라운드 5순위로 김명성을 호명하자 TV 카메라가 일제히 김명성을 비췄다. 최고 인기구단인 롯데에 지명받았으니 함박웃음을 터트릴 만도 했다. 그러나 김명성은 무표정으로 일관했다. 이 장면을 본 일부 야구관계자들은 “롯데 가기 싫어서 인상을 쓰는 모양”이라고 농을 던졌다. 일부 야구팬들도 “김명성이 롯데가 지명하자 시무룩해졌다”고 의혹 아닌 의혹을 제기했다.
그러나 반대였다. 김명성은 롯데가 자신을 지명하자 좋아 어쩔 줄 몰랐다. 하지만, 좋다고 웃으면 가볍게 보일까 봐 일부러 포커페이스를 유지했단다.
2. 허일, 포지션 : 3루수, 우투·좌타, 약력 : 광주일고, 신체조건 : 176cm/72kg
올 시즌 고교선수 가운데 가장 안정된 수비를 자랑했다. 어깨가 강해 송구능력도 좋은 것으로 알려졌다. 장타력과 변화구 대처능력 역시 수준급으로 평가받는다.
롯데 스카우트팀은 많은 경기를 통해 허일을 관찰했다. 특히나 지난 7월 캐나다에서 열린 세계청소년야구선수권대회에서 줄곧 허일의 플레이를 지켜봤다. 조 팀장은 “시속 140km의 강속구가 날아와도 정확히 공을 받아치는 콘택트 능력이 돋보였다”며 “배트 스피드도 빨라 프로에서 빨리 적응할 선수란 생각이 들었다”라고 말했다.
초등학교를 경남 마산(현 창원)에서 다닌 허일은 광주광역시로 야구 유학을 떠났다. 조 팀장은 “따지고 보면 연고지 선수와 다름없다”고 말했다.
3. 이경우, 포지션 : 투수, 우투·우타, 투구 스타일 : 오버핸드 스로우, 약력 : 경동고-성균관대, 신체조건 : 185cm/82kg, 올 시즌 최고구속 시속 143km
시속 140km 초 중반대의 속구를 던진다. 변화구는 슬라이더와 체인지업이 주무기다. 안정된 제구력과 경기운영능력이 돋보이는 투수로 신체조건도 좋은 편이다.
성균관대에서 1학년부터 4학년까지 줄곧 중간계투와 마무리로 활약했다. 동계훈련과 스프링캠프에서 전력을 다해 실력을 향상시킨다면 내년시즌 1군 불펜에 진입할 수도 있을 전망이다.
4. 백세웅, 포지션 : 유격수, 우투·좌타, 약력 : 광주일고, 신체조건 : 178cm/71kg
뜻밖에 빨리 지명된 선수다. 애초 5라운드 이하에 지명될 것으로 예상했다.
고교 유격수 가운데 포구와 송구가 가장 자연스러운 선수로 꼽혔다. 한 고교 감독은 백세웅의 수비를 가리켜 “과거 박진만(삼성)을 보는 것처럼 타구를 자연스럽게 잡고, 편안하게 송구한다”고 칭찬했다.
그러나 타자로서는 높은 점수를 받지 못했다. 특히나 ‘힘이 약하다’는 평을 자주 들었다. 프로 입단 후, 체계적인 훈련을 통해 몸을 불린다면 평균 이상의 타격이 예상된다. 롯데가 3, 4년을 내다보고 뽑은 선수인 만큼 성장하기까지는 인내심이 필요하다.
5. 장국헌, 포지션 : 투수, 우투·우타, 투구 스타일 : 오버핸드 스로우, 약력 : 군산상고, 신체조건 : 182cm/70kg, 올 시즌 최고구속 시속 143km
백세웅이 의외로 빨리 지명됐다면 장국헌은 반대다. 애초 상위 라운드 지명이 예상됐다. 그만큼 성장가능성이 큰 선수다. 최고구속 시속 143km의 속구가 인상적이며 릴리스포인트가 높아 타자들이 공략하는데 애를 먹는다.
프로 입단 후, 체중을 늘리고 근력을 강화하면 속구 구속이 향상될 것으로 보인다.
변화구 구종이 다양하지 않고, 제구 역시 신통치 않다는 건 단점이다.
6. 양동운, 포지션 : 투수, 우투·우타, 투구 스타일 : 오버핸드 스로우, 약력 : 강릉고, 신체조건 : 186cm/85kg, 올 시즌 최고구속 시속 140km
초등학교 때까지 축구선수였다. 중학교 2학년 때 야구로 돌아섰다. 강릉고에 입학하고 1학년 때까지 우익수였다. 정작 투수는 고교 2학년 때부터 시작했다. 그런데도 경기운영능력과 변화구 구사능력이 뛰어나다.
제구력은 그리 뛰어난 편이 아니다. 유연성이 떨어져 투구 밸런스가 무너지면 자칫 부상당할 확률도 다른 투수들에 비해 높다. 잠재능력이 뛰어난 투수이기에 3, 4년 동안 장기적 안목으로 육성한다면 1군 진입도 바랄 수 있는 투수다.
7. 이지혁, 포지션 : 포수, 우투·우타, 약력 : 장충고, 신체조건 : 182cm/91kg
롯데가 지명한 유일한 포수다. 체격 조건이 뛰어나고 강한 어깨를 타고났다. 힘이 좋아 장타자로 성장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타격 정확성은 아직 미완성이다.
롯데 1군에는 강민호, 장성우 두 젊은 포수가 자리 잡고 있다. 2, 3년 내 1군에서 주전포수로 뛰는 건 현실적으로 어려울 수 있다. 그러나 꾸준히 실력을 가다듬으면 1군 백업포수로 성장하고 훗날 롯데의 안방마님도 될 수 있다는 게 롯데 스카우트팀의 생각이다.
한 고교감독은 “원체 성실해 프로에 입단해도 딴 짓을 하지 않을 선수”라고 평가했다.
8. 문양식, 포지션 : 투수, 우투·우타, 투구 스타일 : 오버핸드 스로우, 약력 : 동성고-경성대, 신체조건 : 201cm/104kg, 올 시즌 최고구속 시속 135km
201cm 장신이다. 지명 선수 가운데 가장 키가 크다. 큰 키에서 뿜어져 나오는 속구가 인상적으로, 올 시즌 시속 144km의 강속구를 뿌린 적도 있다. 올 시즌 많은 경기에 등판하지 못해 경기운영능력이 다소 떨어진다는 평이다.
대학선수임에도 롯데는 문양식을 장기적으로 육성하려 한다. 이유가 있다. 어깨부상 중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어째서 롯데는 부상자를 지명한 것일까. 조 팀장은 “어깨가 좋지 않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며 “그러나 잠재능력이 워낙 뛰어나 고민 끝에 지명하게 됐다”고 털어놨다.
현재 문양식의 어깨상태는 수술할 정도는 아니라고 한다. 재활로 충분히 극복 가능한 상태란다. 2군에서 체계적인 훈련과 재활을 겸다면 1군에서 의외의 성적을 낼 투수로 꼽힌다.
9. 이정담, 포지션 : 투수, 좌투·좌타, 투구 스타일 : 오버핸드 스로우, 약력 : 인창고, 신체조건 : 184cm/75kg, 올 시즌 최고구속 시속 132km
고졸 선수인 만큼 2군에서 3, 4년 육성과정을 밟아야 할 선수다. 롯데도 장기적 안목으로 뽑았다. 투구밸런스가 좋고, 변화구 구사능력이 뛰어나지만, 속구 구속은 인상적이지 않다. 몸을 불려 속구 구속을 늘리는 게 관건이다. 왼손 투수란 강점이 있다.
10. 백왕중, 포지션 : 2루수, 우투·좌타, 약력 : 광주일고, 신체조건 : 178cm/69kg
발이 빠른 선수다. 도루능력이 뛰어나고 주루도 수준급이다. 그러나 발보다 손을 이용한 플레이는 아직 서투르다. 타격과 수비 모두 평범한 수준이다. 2군에서 3, 4년 실력을 쌓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
‘좌·우 유망주를 획득한’ 두산
‘화수분’. 재물이 계속 나오는 설화 상의 보물단지를 뜻한다. 두산의 2군을 가리켜 ‘화수분’이라고 하는 것도 2군에서 끊임없이 유망주가 성장해 1군으로 진출하기 때문이다. 두산의 ‘화수분 야구’는 스카우트에서부터 시작한다. 두산 김현홍 육성팀장과 이복근 스카우트 부장은 8, 6년 경력의 베테랑 스카우트들이다. 8개 구단 스카우트팀 가운데 가장 오래 호흡을 맞춘 이들이다.
신인지명 전(前)
지난해 신인 지명회의 1라운드에서 두산은 순천 효천고 장민익을 지명했다. 의외였다. 장민익을 1라운드 감으로 생각한 스카우트는 두산을 제외하면 없었다. 그러나 두산 스카우트팀은 “가능성이 충분한 왼손 투수로 1, 2년 안에 1군 무대를 밟을 재목”이라며 “잘만 다듬으면 왼손 투수가 부족한 두산에서 주축 투수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예상대로였다. 장민익이 1군에 오르는 덴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시즌 개막 1군 엔트리에 이름을 올렸다. 개막 후 5경기에선 6⅓이닝을 던지는 동안 평균자책 2.84를 기록하는 등 호투를 거듭했다. 그러나 시즌이 흐를수록 제구 불안과 경험부족을 드러내며 결국 2군으로 내려갔다. 하지만, 장민익의 가능성을 볼 때 그의 2군행은 실패가 아니라 성공을 위한 준비기간으로 보는 게 옳다. 각설하고.
2011 신인 지명회의를 앞두고 두산이 이번엔 어떤 의외의 지명을 할지 야구계의 관심이 집중됐다. 그러나 두산 김현홍 스카우트 팀장은 “지난해 장민익도 의외라기보다 계산된 지명이었다”며 “올해도 정확한 계산으로 팀에 꼭 필요한 선수를 1라운드에서 지명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정확한 계산’은 변수가 많았다. 두산이 1라운드 6순위로 지명권을 행사하기 때문이었다. 내심 점찍어둔 선수가 앞선 5개 팀 가운데 한팀에 지명되면 ‘정확한 계산’은 ‘복잡한 경우의 수’로 바뀔 게 자명했다.
두산은 1라운드는 무조건 투수를 뽑는다는 방침을 세웠다. 2라운드부터는 나머지 7개 구단의 지명에 따라 적절한 선수를 선택하기로 했다.
김 팀장은 “투수를 제외하고 내야수에도 관심이 많다”며 “3년에서 5년 사이를 내다보고 장기적으로 육성할 수 있는 내야 유망주를 지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1군에 내야수가 충분하기도 했지만, 두산 스카우트팀은 ‘장기적 안목’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정확히 아는 이들이었다.
신인지명 후(後)
예상이 거의 적중했다. 두산은 6명의 투수와 3명의 내야수 그리고 1명의 외야수를 지명했다. 1라운드 6순위 지명권을 행사한 두산은 원래 왼손 투수 윤지웅(동의대)을 마음에 두고 있었다. 1군에 왼손 투수가 부족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넥센이 윤지웅을 지명할 것이란 정보를 입수하고 또 다른 왼손 투수 이현호(제물포고)와 최현진(충암고), 서진용(경남고), 한승혁(덕수고) 사이에서 고민했다.
특히나 최현진과 서진용을 두고 심사숙고했다. 결국, 두산은 장고 끝에 경기경험이 풍부하고, 내년시즌 즉시 전력이 가능한 최현진을 뽑기로 했다.
최현진은 ‘두산다운’ 선수다. 눈에 보이는 화려함과는 거리가 멀다. 대신 근성이 뛰어나고, 마운드 위에서의 투쟁심이 강하다. 두산이 최현진을 지명한 것도 그 때문이었다.
두산 김연홍 육성팀장은 “과거 박용성 두산 명예회장이 ‘지금 당장이 아니라 먼 훗날을 보고 신인선수를 지명하라’ ‘실력만큼이나 성품에도 집중하라’는 이야기를 들려줬다”며 “실력과 성품이 비슷하다면 성품이 좋은 선수를 지목하는 게 두산의 스카우트관(觀)”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두산 스카우트팀은 선수뿐만 아니라 학부모를 정밀 관찰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학부모의 성향만 봐도 선수의 발전 가능성을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노력으로 두산 스카우트팀은 ‘제대로 된 유망주’를 ‘정확하게 지명한다’는 평을 듣고 있다.
만족도 (김현홍 육성팀장) ★★★★
만족도는 80~90% 사이다. 포지션마다 필요한 선수를 지명했다. 오른손 투수 최현진과 왼손 투수 이현호를 한꺼번에 지명한 건 행운이었다. 지난해는 10명을 지명했지만, 실제 계약은 5명에 그쳤다. 그러나 올해는 10명 모두와 계약할 예정이다.
아쉬움
오른손 투수를 한 명 더 지명했으면 어땠을까 싶다. 2, 3라운드에서 ‘모험을 한다’는 심정으로 한승혁을 지명하려 했으나, 1라운드에서 KIA가 지명하는 통에 놓치고 말았다.
두산 스카우팅 리포트
1. 최현진, 포지션 : 투수, 우투·우타, 투구 스타일 : 오버핸드 스로우, 약력 : 충암고, 신체조건 : 184cm/83kg, 올 시즌 최고구속 시속 146km
두산 이복근 스카우트 부장은 “우리 순번(1라운드 6순위)에서 선택할 수 있는 최고의 선수를 지명했다”고 말했다. 최현진을 뜻하는 말이다.
최현진은 오른손 정통파 투수로 3월 18일 목동구장에서 열린 황금사자기대회 마산 용마고전에서 9이닝 동안 단 한 개의 안타도 허용하지 않으며 볼넷 5개로 노히트노런을 기록했다. 1970년 성남고 노길상이 경북고전에서 기록한 이후 같은 대회에서 40년 만에 나온 대기록이었다.
그러나 최현진이 중학교 시절 춘계대회에서 퍼팩트게임을 했다는 걸 아는 이는 드물다.
시속 140km 중반대의 위력적인 속구를 던지며 슬라이더도 수준급이다. 승부근성이 뛰어나며 공격적인 투구로 타자를 압도하는 스타일이다.
그러나 모 스카우트는 “지나치게 힘에 의존하는 투수”라며 “또래 고교생에겐 통하겠지만, 프로에선 그 정도 힘으론 통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다른 스카우트는 “투구 밸런스가 부자연스러워 제구가 자주 흔들린다”며 “프로 입단 뒤 투구동작 교정이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두산 스카우트팀은 되레 “우리 팀엔 거친 투수가 필요하다”며 최현진의 장점을 계속 살려야 한다는 입장이다.
고교 선배인 넥센 투수 문성현을 “가장 존경하는 투수”라고 말하는 최현진은 그러나 가장 닮고 싶은 투수로 “두산 임태훈”을 꼽았다.
성격과 야구를 대하는 자세가 뛰어나 이른 시일 안에 1군 투수진에 합류할 투수로 꼽힌다.
2. 이현호, 포지션 : 투수, 좌투·좌타, 투구 스타일 : 오버핸드 스로우, 약력 : 제물포고, 신체조건 : 185cm/80kg, 올 시즌 최고구속 시속 142km
‘왼손 투수’ 기근에 시달리는 두산의 당연한 선택이었다.
신인 지명회의장에서 두산 스카우트팀과 김승영 단장은 머리가 복잡했다. 내심 기대했던 윤지웅을 넥센에서 지명하며 최현진과 이현호 사이에서 누구를 뽑아야 할지 결정해야 했기 때문이다.
결론은 ‘1라운드에서 이현호를 뽑으면 최현진을 빼앗길 수 있다. 그러나 1라운드에서 최현진을 지명하면 이현호 혹은 같은 왼손투수인 김민식(부산 개성고)을 지명할 수 있다’였다.
두산의 계산이 맞아떨어졌다. 1라운드에서 최현진을 지명하고서 2라운드에서 이현호까지 거머쥘 수 있었다. 두산 이복근 스카우트 부장은 “원래 김민식보다 이현호를 높게 평가했던 터라, 2라운드 10순위에서 SK가 김민식을 뽑았을 때 ‘다행’이란 생각을 했다”고 밝혔다.
이현호는 지난해까지 광주일고 유창식과 함께 왼손 고교 랭킹 1, 2위를 다퉜다. 그러나 올 시즌엔 다소 부진하며 스카우트들의 눈길을 끌지 못했다. 어느 스카우트는 “많을 걸 보여주려다 보니까 되레 탈이 난 것 같다”라고 평했다.
빠른 공을 던지고, 몸쪽 공 구사능력이 뛰어나다. 슬라이더와 커브도 수준급이며 경기운영능력에서도 좋은 평을 듣고 있다. 한때 메이저리그 진출을 모색했다. 팔꿈치 수술 경력이 있다는 게 걸린다. 그러나 모 스카우트는 “한화 류현진처럼 고교 때 팔꿈치 수술이 좋은 영향을 줄 수도 있다”며 “이 선수의 가능성은 아무도 예상할 수 없다”라고 말했다.
3. 천상웅, 포지션 : 유격수, 우투·양타, 약력 : 제주고, 신체조건 : 182cm/77kg
3년 전 이 부장은 제주도에 갔다. 그곳에서 열린 고교대회를 참관하기 위해서였다. 당시 제주고 1학년이던 천상웅을 그때 처음 봤다. 전국 고교선수를 꿰차는 이 부장에게 천상웅은 낯선 얼굴이었다.
“너, 못 보던 애인데, 어디서 왔니?” 이 부장이 물었다.
“인천 동산고에서 왔습니다.” 천상웅이 공손하게 대답했다.
“뭐 동산고? 아니 야구하기 편한 인천에서 제주도까지 뭐하러 내려왔니?” 이 부장은 순간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때 천상웅이 한 말은 이랬다.
“야구에만 집중하려면 인천보다 제주도가 나을 것 같아서요.”
그때부터 이 부장은 천상웅을 관심 있게 지켜봤다. 16살의 나이에 저런 대답을 할 수 있는 선수라면 뭐가 돼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천상웅은 탄력이 뛰어나고 발도 빨라 도루에 능하다. 수비범위도 또래 유격수보다 넓은데다 타격에서도 뛰어난 콘택트 능력을 과시한다.
그러나 전체적인 공수능력은 미완성이다. 2군에서 3, 4년간 다듬을 필요가 있다.
4. 안규영, 포지션 : 투수, 우투·우타, 투구 스타일 : 오버핸드 스로우, 약력 : 휘문고-경희대, 신체조건 : 185cm/84kg, 올 시즌 최고구속 시속 145km
두산은 1, 2라운드에서 투수를 뽑으면 3라운드에선 야수를 뽑을 계획이었다. 그러나 3라운드에서 천상웅을 빼앗기면 원래 계획에서 벗어나 오른손 투수 안규영을 지명하려 했다.
이 부장은 “4라운드까지 안규영이 남아있으리라 상상하지 못했다”며 “안규영의 지명은 순전히 운”이라고 말했다.
안규영은 팔 스윙이 빠르고 손목 스냅이 좋다. 시속 140km 초 중반대의 묵직한 속구를 던진다. 슬라이더도 좋은 편이다. 그러나 다양한 변화구를 능수능란하게 던지는 유형의 투수는 아니다.
춘계대회 때만 해도 높은 공과 가운데 쏠리는 공이 많아 난타를 당하기 일쑤였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조금씩 제구가 안정되기 시작했다. 슬라이더에 치중했던 단조로운 구종도 체인지업을 장착하며 많이 좋아졌다. 구종만 더 다양화한다면 1군에서 선발이 예상된다.
5. 정진호, 포지션 : 1루수, 중견수, 우투·좌타, 약력 : 유신고-중앙대, 신체조건 : 186cm/80kg
대학 4학년만 되면 부진한 이른바 ‘대4 병’을 앓지 않은 선수다. 4년 내내 꾸준한 타율을 유지했다. 시즌 타율이 가장 좋지 않았을 때도 타율 3할3푼3리를 기록했다. 수비범위는 넓으나 어깨가 강하지 못한 게 흠이다. 하지만, 어깨를 제외하면 타격과 주루에선 높은 점수를 받는다.
자기 스윙을 하는 타자로, 원체 조용히 자신의 플레이만 집중하는 유형이라 실력보다 스카우트들에게 강한 인상을 심어주지 못했다. 최준석이 입대할 시 그 공백을 메울 선수로 보인다.
6. 황필선, 포지션 : 2루수, 유격수, 우투·좌타, 약력 : 경기고, 신체조건 : 182cm/73kg
두산은 삼성과 함께 선수들의 입대 시기를 가장 잘 조절하는 팀으로 유명하다. 두산은 내야 유망주 최주환(상무)과 허경민(경찰청)을 전략적으로 군에 보내 2011시즌 이후를 대비했다. 2012시즌부터는 이들이 두산의 내야진을 형성할지 모른다.
두산 스카우트팀이 3라운드에서 천상웅을, 6라운드에서 황필선을 지명한 건 최주환, 허경민의 뒤를 염두에 둔 포석이었다. 그러니까 2014년 이후 내야진의 공백을 대비하겠다는 뜻이다.
수비동작이 부드럽기로 정평이 난 황필선은 2군에서 타격을 가다듬는다면 앞으로 두산 내야진의 핵이 될 것으로 보인다.
7. 이정호, 포지션 : 투수, 우투·우타, 투구 스타일 : 사이드암 스로우, 약력 : 광주일고, 신체조건 : 183cm/83kg, 올 시즌 최고구속 시속 141km
사이드암 투수다. 최고구속 시속 141km의 속구를 던진다. 투구의 완급조절도 능하다. 지난 3월에 열린 황금사자기대회에서 우수선수상을 받았다. 그러나 그 대회 이후 실력이 늘지 않는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 부장은 “2군에 김성배, 이재학 등 사이드암 투수가 있지만, 고창성의 부재를 대비해 사이드암 투수가 더 필요하다는 판단을 내렸다”며 “싱커만 장착한다면 좋은 투수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8. 김동한, 포지션 : 2루수, 우투·우타, 약력 : 장충고-동국대, 신체조건 : 175cm/73kg
원래는 유격수였다. 작은 체구로, 내야에서 활발한 움직임을 보인다. 안정적인 포구가 돋보인다. 글러브에서 공을 빼는 것도 무척 빨라 더블플레이에 능하다. 발이 빠른 까닭에 주루 역시 뛰어나다.
1군 백업요원이 기대되는 선수다.
9. 최현정, 포지션 : 투수, 좌투·좌타, 투구 스타일 : 오버핸드 스로우, 약력 : 대전고, 신체조건 : 180cm/75kg, 올 시즌 최고구속 시속 142km
전국 무대에 거의 얼굴을 드러내지 않은 투수다. 대전고 1학년 때 투수로 뛰었다. 2학년 때는 야수, 3학년이 되면서 다시 투수로 전향했다. 연습 경기 때는 잘하지만, 실전에서 약하다는 평이다. 이 부장은 “공 회전력이 좋아 살이 조금 붙는다면 구속 향상이 기대되는 투수”라고 평했다.
왼손 투수란 강점이 있다.
10. 양현, 포지션 : 투수, 우투·우타, 투구 스타일 : 언더핸드 스로우, 약력 : 대전고, 신체조건 : 188cm/75kg, 올 시즌 최고구속 시속 130km
사이드암보다는 언더핸드 스로우에 가까운 투수다. 속구 최고구속은 130km에 불과하지만, 체중을 불린다면 시속 130km 중후반대를 던질 것으로 보인다. 제구가 뛰어나고 공의 움직임도 좋은 것으로 알려졌다. 프로 입단 후, 2군에서 3, 4년 경험을 쌓는다면 의외의 성과를 낼 선수다.
양훈(한화)의 친동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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